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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은 사상 최초로 전국 1326개 농·축협과 임협, 수협의 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날이다. 조합장 선거를 올해부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4년마다 전국적으로 실시하게 되는데 규모로 보면 4대 공직 선거에 준하는 전국단위 선거이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50여 국가와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 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터라 조합원의 기대와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성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조합장 선거, 어떻게 축제의 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우선 협동조합 본래의 가치와 성격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다. 협동조합은 자주와 연대, 공개와 배려를 가치로 하는 자율적 조직이다. 근대 협동조합이 탄생하고 꽃을 피운 유럽에서는 개인의 출생과 육아부터 일상생활은 물론 각종 사업도 협동조합을 통해 행해지기 때문에 주민에게 친숙한 편이다. 덴마크에서는 두 사람이 열차에 동승하면 내릴 때 협동조합 한 개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조합장은 조합원 간 호선하거나 이사회에서 위촉하는 등 매우 자율적으로 선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불과 2년여 동안 66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신설됐지만 이렇다할 사회적 반향이 없는 것은 협동조합의 토양이 척박하다는 방증이다. 이는 조합원과 지도자들이 비영리조직인 협동조합을 이윤추구 본질의 주식회사와 혼돈하고 있거나, 유럽에 비해 협동조합 생태계가 미숙한 탓일 것이다. 협동조합의 본질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조합원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는 협동조합 정신과 조합의 비전을 이끌고 실천할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운동체이자 사업체이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지금 환경에서는 사업체적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 이미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확보해 지역사회 종합센터로서의 중추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전 제시는 물론 탁월한 경영능력을 지닌 지도자상이 요구된다. 조합원들은 지연, 학연을 떠나 오로지 능력과 정책과 비전을 보고 소신에 따라 조합을 이끌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조합원의 지지를 받고,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협동조합이 될 것이다.

제 24대 수협중앙회 신임회장에 선출된 김임권 대형선망수협 조합장(부산)이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구 신천동 수협중앙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중앙회장이 되면 수협을 대표하고 총회·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지만 업무 집행권한이나 인사권은 행사할 수 없다. (출처 : 경향DB)


셋째로 조합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교육은 협동조합을 움직이는 주요 솔루션 중 하나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 중 하나로 교육의 원칙을 제시한다. 교육은 일반 기업에서 예산처럼 조직을 움직이는 무형의 혈액이나 다름없다.

세계는 이미 자본주의 4.0을 지나 새로운 공유사회로 가는 길목에 있다. 소수 조합원과 지역사회 중심의 협동조합에서 이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한 식구가 되는 공유사회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 설립 속도와 조례 제정 등 환경을 보면 공유사회를 향한 흐름은 불가피해 보인다.

변화시대를 이끌 유능한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처음 치러지는 조합장 전국 동시선거가 새 시대를 여는 시금석이 되고 모두에게 박수받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명정식 |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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