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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에 의무적으로 흡연 경고그림을 넣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제동을 걸었다.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추진 도중 좌초한 것은 이번이 12번째다. 국민 뜻을 받아들여 정부가 입안한 정책이 국회에만 들어가면 사장되니 이러고도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을 자임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법사위의 법안 처리 무산 과정과 사유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사위는 “흡연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로,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이의 제기를 수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복지위에서 장기간 심의와 보완을 거듭한 끝에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한 김 의원이 문제 제기한 흡연권과 행복추구권 훼손, 흡연 그림의 금연 효과는 지난 13년간 전문가와 시민, 국회의원이 수많은 논의와 검토를 통해 충분히 검증한 사안이다. 뭘 더 논의한단 말인가. 새 법안이 여타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 등을 검토하는 법사위가 법안 내용을 문제 삼아 입법 추진을 지연시킨 것도 문제다.

서울 영등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흡연가들이 금연 상담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자 폐 건강을 해치는 주범임은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다. 담뱃갑 그림경고가 두려움을 주는 뇌부위를 활성화시켜 흡연 욕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에 따라 세계 77개국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효과적인 금연정책으로 권장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2008년까지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를 이행키로 한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폐해도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흡연에 의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은 연간 1조7000억원,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3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흡연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회는 4월 정기 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는 국민건강증진을 외면한 채 담배업계 로비에 휘둘리고 있다는 항간의 의혹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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