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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어제 향후 5년간 추진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두 달 동안 문 대통령의 공약과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한 끝에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해 국민 앞에 발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설계도와 나침반이 될 것”이라면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정과제는 과거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개혁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과 불평등 해소 등 민생 과제로 나뉜다. 먼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검경 수사권 분리 연내 이행 등 권력기관 개혁과 함께 국회의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 방안 등이 최우선 과제로 선정됐다. 또 경제민주화 공약과 일자리 정책, 4차 산업혁명 대책과 함께 비정규직 감축을 위한 로드맵 마련을 비롯한 복지·고용·노동 문제 해소 등이 시민의 삶을 향상시킬 시책으로 정리됐다.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과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부처별 협력 대응이 시급한 것들은 ‘4대 복합·혁신 과제’로 선정됐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에 합당한 내용들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보여줄 설계도이자 시기별·단계별 정책 집행의 로드맵 역할을 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실천이다. 이들 과제 중 대다수는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해결하겠다고 한 공통 공약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국회 상황에서 보듯 이들 과제는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다.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에서부터 탈원전, 비정규직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 거의 모든 정책에서 여야 간 혹은 당사자 간 의견과 이해가 다르고 충돌하기도 한다. 필요하면 보상책을 제공하고 설득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가령 최저임금처럼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해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처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산업구조까지 바꾸는 중장기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재원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국정기획위는 향후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하다며 세입 확충으로 82조원, 세출절감을 통해 95조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과소 추계된 데다 실질적인 재원 대책이 빠진 비현실적 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원 마련을 하려면 증세를 하는 게 정도인데 이를 회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조차 최근 증세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증세를 위해 시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들 또한 국정과제를 실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실행대책을 면밀히 수립해야 한다.

이들 정책을 입법화하는 것도 난제다. 국정기획위는 각당의 공통 과제를 우선 반영했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쉽게 토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이를 입법화하는 것은 별개라는 점이 최근 국정운영에서 확인됐다. 더구나 지금처럼 협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개혁 과제에 대해 여야 간 접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국정 수행에 대한 높은 지지로도 해결하기 어렵다. 상시적인 대화의 정치가 절실하다.

이들 개혁 과제를 모두 추진하려는 것도 욕심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정책과 질서를 바꾸며 개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들은 개혁을 한다며 논란과 갈등만 증폭시키고 흐지부지한 사례들이 많았다. 개혁과 함께 통합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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