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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어제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운용의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회의다. 쉽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 5년의 재정 총량과 재정 배분 우선순위, 재원 조달 방법 등 나라 살림살이의 틀을 정하는 회의라 할 수 있다. 재정전략회의는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됐다. 다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국가채무 총량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유명무실했던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적극적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해온 만큼 이번 회의의 무게감은 과거 정권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회의에 당·정·청은 물론 각 부처 예산담당자들까지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제 일자리 창출과 복지 제도 강화 등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의 재정 투입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의구심부터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그제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재정 178조원을 투입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보조금 등 일자리 및 복지 확충에 필요한 예산 소요가 정부 추정치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원 마련 방안도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지 않고 세입 확충으로 82조원,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세수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등락이 심한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재정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경기 회복이 더디거나 경기 침체로 세수가 늘지 않게 되면 그때 가서 증세를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공약을 축소하겠다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공약이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탄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정전략회의가 결론을 내려놓고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진행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법인세와 소득세 등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이번 회의의 결과는 다음주 나올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은 물론 내년 예산안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번 회의가 소통을 통해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난상토론을 통해 훨씬 정교한 형태의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도 정부를 믿고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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