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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분향소가 3일 문을 닫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5개월, 2015년 1월14일 분향소가 설치된 지 3년7개월 만이다. 이날 분향소에 걸려 있던 희생자 304명의 영정이 내려져 유품들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전달됐다. 컨테이너 두 동을 이어붙인 분향소는 이달 말까지 완전히 정리된다. 팽목항 분향소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마련됐다. 그동안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아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하며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했다. 그들이 눈물과 분노로 남긴 방명록만 130여권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세월호가 1091일 만에 인양됐지만 여전히 5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선체 인양과 해저면 수색이 끝나면 분향소를 정리하겠다는 진도군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 2일에는 진도 인근 동거차도의 세월호 인양 감시·기록 초소도 완전히 철거됐다. 유가족들은 철거 작업 후 그동안 함께 울어준 동거차도 주민들에게 감사의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2015년 1월 14일 세워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내에 있는 영정사진들이 약 3년 7개월여의 시간을 뒤로하고 3일 옮겨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전남 진도 팽목항 분향소 철거가 시작된 3일 한 유가족이 희생자 영정을 가슴에 품고 분향소를 나오고 있다. 이준헌 기자

앞서 지난 5월에는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의 정부합동분향소가 철거됐고, 단원고의 ‘기억교실’이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이전한 지도 오래다. 이제 팽목항 분향소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세월호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다짐은 끝이 있을 수 없다. 세월호가 남긴 숙제는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염원이 무색하게 많은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1년1개월 동안 조사를 한 선체조사위원회는 지난달 초 선체 자체 결함 때문이라는 ‘내인설’과 선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열린 안’ 두 가지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미수습자 5명을 찾기 위한 마지막 수색은 이달 7일까지 이어진다.

지난달 1심 법원이 참사 당시 현장에서 적극적 구조활동을 하지 않은 해경 경비정의 책임은 인정했지만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지휘 등은 없었다고 판결하자 유가족들이 항소한 상태다. 현재 목포신항에 있는 세월호 선체를 최종적으로 어디에 보존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죽음의 굿판’ ‘시체장사’라는 등 세월호 참사를 비하하는 한국 사회 일각의 비뚤어진 시각도 여전하다.

분향소 철거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잊혀질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세월호는 끊임없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억이 돼야 한다. 차가운 물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쳤을 어린 영혼들의 눈물인 듯 이날 전국에는 거세게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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