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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이 4·29 재·보선에서 완패한 뒤 문재인 당대표 사퇴론이 당 일부에서 고개를 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퇴론 자체는 책임정치라는 차원에서 정상적인 정치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의견은 사퇴가 아니었다. 대안부재 때문이기도 했고, 그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문 대표가 패배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갈친다”면서 동료 최고위원을 막말로 공격하고,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는 등 제1야당 지도부라고 믿기 어려운 행태가 속출했다. 패배한 당의 지도부가 신뢰와 권위까지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정당에 선거 패배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패배의 원인을 찾아내 바로잡고, 실패를 극복하려는 집단적 열의를 조직한다면 얼마든지 새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패배에 대처하는 당의 태도와 자세, 실천역량에 따라 패배는 다음 승리를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은 패배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 당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채 당내 분열상은 더 심화되고 당 지도력은 표류하는 이 현상은 ‘또 다른 패배’, 바로 그것이다.

야당에 이 두 번째 패배는 어쩌면 재·보선 패배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바로 그건 전망을 상실하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총선 패배론이 나오고 있다. 모두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합심협력해도 부족할 판에 계파 갈등이 고개를 든 결과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문 대표는 물론 지도부, 의원 각자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역시 문 대표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야당과 야당 지지자 사이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과감하고도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재신임을 받는다는 각오로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 의사 결정 구조도 바꾸고, 당 조직도 재편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런 다음에도 계파 이익의 관점에서 시비하는 당내 세력이 있다면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아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판세력에게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려다 보류하고 그 와중에 입장문이 공개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그 내용도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해” “공천 지분 챙기기” 등 당내 갈등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문 대표 앞에 펼쳐지고 있는 문제는 다른 누가 아닌, 문 대표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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