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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013년 4·24 국회의원 재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 친박 실세로는 첫 검찰 소환이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국무총리직에서 사퇴한 지 17일 만에 검찰에 불려 나갔다. 형식적으로는 전직 총리 신분이지만 사실상 ‘현직 소환’이나 다름없다. 바로 직전까지 내각을 통할한 국무총리가 피의자로 추락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참담함을 안긴다.

이 전 총리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전히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혐의는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3000만원 전달’ 당시 이 전 총리의 행적과 동선을 대부분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성 전 회장 측근들로부터 당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고,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이 독대 장소에서 건네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이 ‘독대 사실’을 폭로한 전직 운전기사에게 입단속을 하는 등 핵심 증인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회유 시도들이 사실이라면 이 전 총리의 금품수수를 입증하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면죄부’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이완구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홍 지사에 이어 이 전 총리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일단 검찰 수사가 본맥으로 한 걸음 진입한 양상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핵심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다. 혹여 검찰 수사가 구체적 증거 부족을 핑계로 서면조사 등으로 관련자들의 해명 듣기에 머문다면 국민적 의혹만 키우게 될 것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부터 ‘대선 직전 2억원을 마련해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성 전 회장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2012년 새누리당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 의지만 있다면 지금까지 나온 단서와 정황으로도 충분하다. 말로만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칠 게 아니다. 검찰 수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규명하는 데까지 중단없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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