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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계기로 막혀있던 남북 간 대화의 물꼬는 텄다. 이제 평창 이후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할 대책이 절실하다. 그 첫 관문은 올림픽 이후로 미뤄놓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한·미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합의하지 못하면 오는 4월 훈련을 해야 한다. 이 경우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양국의 결단이 시급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연합훈련 일정은 한·미 간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 일정과 나머지 사안들이 결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것은 아직까지 미국이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한국 내 자국 시민과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북관계나 다른 사안과 연계해 훈련 여부를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훈련은 미국의 입장과 달리 북한에는 매우 위협적이다. 북한은 이 훈련을 한·미 양국의 북침 연습으로 간주한다. 한·미가 1990년대 초 북핵 위기 때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한 것도 이를 감안한 조치였다. 결국 훈련 중단은 제네바 핵 합의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귀국 길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과 외교적 해법을 동시에 구사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이 양보한 뒤에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이전 방침과 다르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미국이 지금 훈련을 재연기하거나 중단하자는 한국의 제의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핵폐기에 관한 북한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핵에 관해서도 발전된 태도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미국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했던 것과 같은 논리로 이미 계획된 훈련이니 예정대로 해야 한다고 우길 때가 아니다. 훈련은 북한이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앞서 군사 및 당국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화하면서 군사훈련을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훈련을 유보하는 조치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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