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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만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던 이 대표마저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의 개혁 이탈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도 15일 의원총회 직후 “연동형 비례제는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물러선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민주당의 20대 총선 공약이다. 민주당이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만을 앞세워 공약을 뒤집고,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꼴이다.

여태껏 선거제 개혁이 불발된 건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수혜자에서 피해자로 바뀐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을 거부하기 어렵게 됐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한 상태다. 결국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다. 당론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민주당 결단으로 실현할 기회가 도래한 셈이다. 거꾸로 민주당이 반대로 돌아서면, 한국당과 짬짜미가 돼 선거제 개혁은 물 건너간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표 발생, 득표율과 의석수 사이 현격한 격차, 거대 정당의 과다 대표 문제를 야기한다. 승자독식의 다수결은 지역구도를 고착시키고 분열의 정치를 부추긴다. 선거제 개혁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조화시키는 선거제도를 통해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가 왜곡 없이 의회에서 대표되게 하자’는 취지다. 제도적으로 지역구도를 허물고,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저하는 것은 지방선거 싹쓸이 승리의 달콤함이 강렬했기 때문일 게다. 현행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텐데 굳이 선거제 ‘개혁’에 나설 이유가 있느냐는 계산일 터이다. 하지만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가 다음 선거에서 어디에 유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정 지역에 목매어 선거제 개편을 외면해온 한국당은 지난 선거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민주당이 현재의 지지율에 취해 개혁을 외면하면, 다음 차례는 민주당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목전의 작은 계산에 매몰되어 낡은 정치구조를 혁파할 절호의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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