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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파행이 가속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19일 회동했지만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공공기관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우선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선 감사원 조사, 후 국정조사 검토’로 맞섰다. 애초 대통령 인사 등 과도한 요구 조건을 국회 일정과 연계시킨 야당이나, ‘고용세습 국정조사’에 대해 한 치의 정치력도 발휘 못하는 여당이나 도긴개긴이다.

심각한 것은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정상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 심사 법정시한(11월30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예산안을 본격 심사할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조차 못한 상태다. 예산소위 정수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탓이다. 민주당은 비교섭단체 1명을 배정하기 위해 정수를 16명으로 늘리자는 반면, 한국당은 관례대로 15명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예산 삭감과 증액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예산소위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밥그릇 싸움이다.

그런 사이 예산안 심사는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법정시한을 넘기는 건 물론 시간에 쫓겨 예산안 심사가 졸속·부실로 점철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될 판이다. 예산소위의 감액·증액 심사에 적어도 2주일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예산소위를 가동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결국 막판에 몰려 예산안 내용조차 파악 못한 채 건성으로 심사하고 넘어갈 게 뻔하다.

예산안 심의·의결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다. 내년도 예산안은 47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허수나 낭비 요소, 불요불급한 것은 없는지 등 따져 봐야 할 게 태산이다. 더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예산소위 1석에 매달려 예산 심사를 파행으로 내몬다면 그런 코미디가 없을 터이다. 입버릇처럼 외치는 “민생과 국민 우선”의 자세를 벼린다면, 타협점을 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예산소위부터 가동해 밤을 새워서라도 본연의 예산안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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