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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제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경선주자 4인과 오찬 회동을 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4인의 협조를 구하고, 4인은 흔쾌히 수용했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정몽준·이재오 의원과의 회동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날 박 후보는 20대들을 만나 반값 등록금 추진을 약속했다. 나흘 전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나흘 동안 보여준 박 후보의 행적이다. 가히 광폭 행보라 할 만하다.


좌우, 앞뒤를 가리지 않는 박 후보의 대선행보는 진보진영의 정책 차용은 물론이고, 사람을 구하는 일도 진보와 보수의 기존 울타리를 뛰어 넘을 기세다. 정책의 경우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이어 반값 등록금까지 꺼내들자 민주당에서 ‘모든 공약을 다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나돌 정도라고 한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진보 정책 차용의 허구성을 파헤친다는 방침이나 자칫 박 후보의 의제 선점 효과만 부각시킬 수도 있다. 박 후보의 전방위 행보 중에는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 더러 있지만 소기의 성과는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 것 같다. 강화된 박 후보의 권력 의지가 느껴진다.


당 대표 옆에 자리하는 박근혜 후보 (출처 :경향DB)


문제는 이러한 박 후보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듯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현실이다. 박 후보의 광폭 행보가 겨냥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소통부재와 1인 사당화라는 비판 불식에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지도부는 박 후보를 여왕 받들 듯하는가 하면 정책적 지원 역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당당하게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하는 야당에 대한 자세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묻지마식 강력범죄가 횡행하는 것까지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게 일례다. 대선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회 출신들이 박 후보를 실질적으로 보좌하고, 당 지도부는 마지못해 따라가는 모양새다. 후보만 있고, 당은 없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 같은 엇박자가 박 후보의 행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 대선에서 후보 못지않은 검증 대상은 집권세력이다. 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새누리당은 그와 함께 각종 정책을 이끌어가야 할 집단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에 대한 준비 없이 과실만 나누려 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실정은 대개 집권자 탓으로 돌아갔지만 그 절반의 책임은 집권세력에 있었다. 후보와 소속 당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요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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