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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는 12월19일 대권 고지를 향한 여야의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경제민주화의 실현과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 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천명했다. 그의 선언문은 ‘1% 대 99%의 세상’으로 상징되는 양극화의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대선이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이고도 생산적인 경쟁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박근혜 타임스케어 광장 출마선언 (경향신문DB)
비록 예고된 바이나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박 의원의 정책적 대변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면 5년 전 재벌에게 무소불위의 시장 권력을 넘겨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는 세운다)를 정반대 개념이랄 수 있는 경제민주화로 대체한 것이다. 또 산업화와 민주화의 공존 모색은 국민의 행복으로, ‘국가 중심’은 ‘국민 중심’으로 각각 옷을 갈아입었다. 성장 담론이 복지와 분배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셈이다. 5년 전 출마선언식과 달리 시민이나 젊은이들과 어울리고자 한 외형적 틀의 변화는 정책적 변화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하다. 5년의 시공을 넘어 두 출마선언문만을 비교하면 한 사람의 정책이고 철학이라고 믿기 어렵다.
문제는 박 의원의 변신을 설명해줄 만한 고리를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2007년 여권 대선 후보로서 직접 조세감면 법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규제 제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일부 현안을 두고 ‘반(反) MB’ 전선에 서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규제 법안이 무산됐을 때도, 재벌의 중소기업 지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한 대기업 봐주기가 문제됐을 때도 침묵했다. 정책적으로 그의 변신을 설명할 수 있는 계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의원으로선 ‘지난 4년 동안 과연 뭘 했나’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그의 대변신을 놓고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의원이 자신의 변신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려면 그 과정과 배경부터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박 의원은 “그동안 공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그 결과 경제주체 간 격차가 확대되고 불균형이 심화되어 왔다”고 설명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더구나 박 의원은 이날도 정수장학회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불통’이라는 비판은 소신과 구별해달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박 의원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물며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과 삼성 고문,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현명관씨가 대선 캠프 내에서 공존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박 의원이 전면에 내세운 경제민주화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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