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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에서 보수단체를 동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런 정황이 담긴 옛 정무수석실 문건을 발견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취재한 바로는 문건 작성 시점이 지난해 1월이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단체들이 힘을 모아 정부 지원 세력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독려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보수단체 이름이 문건에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박근혜 정권이 보수단체를 이용해 여론몰이에 나선 정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공작을 꾸몄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지 않고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면 같은 일이 반복됐을 것이다.

청와대는 옛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보수논객 육성 활성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 대책 등의 내용이 담긴 ‘국정환경진단 및 운영기조’(2015년 4~6월) 문건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5년 7월에 작성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 특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보수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실장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자금을 요청하면, 전경련은 재벌들로부터 돈을 걷어 극우·보수단체에 차명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동안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재벌이 보수단체에 지원했다고 특검이 파악한 금액만 70억원에 이른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선거 공작과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 민의를 왜곡하고 특정 이념 확산에 골몰했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은 돈을 대고 보수단체는 회원들을 동원하는 구조였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관제 데모’, 재벌개혁 반대 집회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흐지부지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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