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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가 처음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22일 통과시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11조1869억원)보다 1537억원 줄었다. 쟁점이던 중앙직 공무원 증원의 경우 추경안에 포함됐던 예산 80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예비비로 지출하기로 했다. 증원 규모도 애초 정부가 제시한 4500명에서 2575명으로 줄었다.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이 정도의 합의를 왜 진작 만들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다.

여야는 지난 주말 1박2일간의 추경 처리 과정에서 허울뿐인 협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바른정당과 연대하는 ‘신(新)3당 공조’ 전략으로 국회 처리를 밀어붙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표결 직전 집단퇴장했다. 이 때문에 추경안 처리에서 정족수 미달이란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는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도 소속 의원 120명 중 26명이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 불참했다. 여당은 자기 당 소속 의원들조차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줬고, 한국당은 예산안 표결도 외면한 채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추경안 심사과정에서 승자는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패자라고 본다. 국회가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렸다.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새 정부 출범 초기 활기찬 국회 운영으로 국민생활이 나아질 수 있도록 민생법안을 챙기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현실은 딴판이다. 여야는 공수만 바뀌었을 뿐 과거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일방독주, 야당의 볼모정치는 구태의 전형이다. 서로가 일방 주장만 하니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양당 기득체제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은 20년 만에 3당체제를 선택했다. 다당제에서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시민의 명령이다. 협치는 여소야대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시민의 요구였다. 국정과제를 실천하는 방법은 여야 각 정당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양보와 타협, 배려로 최적의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이 바로 협치다. 협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정은 올스톱되고 정치불신만 쌓여갈 뿐이다.

국정운영의 책임은 결국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여권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먼저 소통하고 양보하는 통 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야당은 협조할 건 협조하더라도 집권세력의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견제로 얼마든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국정책임을 공유해야 진정한 협치다. 언제까지 곡예하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국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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