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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지난 19일 네이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네이버가 정부의 요구에 의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제외할 수 있다는 지침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실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네이버는 실검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검색 업체인 동시에 사실상 최대의 언론기관이다. 유·무선시장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4.4%에 달한다.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공룡 포털’이다. 뉴스 인터넷기사의 이용자 점유율도 55.4%에 이른다. 시민 다수가 네이버로 검색을 하고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단순 기사 전달자를 넘어 편집, 배포라는 언론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영향력에 걸맞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는 기사의 묶음이나 편집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밝힌 적이 없다.

인터넷 자율기구의 실검 관련 발표는 이 같은 네이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네이버는 올 1~5월에만 1408개를 임의로 실검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특정한 집단의 요구에 따른 실검 제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법령에 의거해 사법·행정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외부간섭을 정당화했다. 네이버 측은 “자율기구와 함께 규정을 만들었고 아직 한번도 당국의 요청으로 제외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 ‘자동완성’ ‘연관’ 검색어도 하루에 수천건씩 제외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숫자로만 발표된 ‘실검에서 제외한 키워드’와 ‘제외 사유’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실검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 실검 내용은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대부분이다. 사소하고 찰나적인 것들로 도배된 실검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민주주의가 실험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토론을 통해 정책으로 입안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에 온라인의 뉴스와 검색어를 포털의 자의적 해석으로 재단하거나 정부의 입김에 의해 누락하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공론의 장을 지키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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