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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과 관련된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은 결국 미궁에 빠지고 말 것인가. 그제 1심에서 정보 유출 관련자 가운데 전 서울 서초구청 국장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고 한다. 전 청와대 행정관은 수사단계에서 범행을 시인했음에도 모호한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앞서 검찰이 ‘윗선은 없다’며 꼬리를 잘랐는데, 그 꼬리마저 법망을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검찰총장이 불법적 뒷조사를 당하고 무고한 어린이의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전직 구청 국장뿐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정보를 불법조회한 혐의로 기소된 조이제 전 서초구청 국장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채군 정보를 넘겨받은 국가정보원 직원 송모씨에게는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보 조회를 요구해 전달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행정관은 지난해 6월11일과 13일 조 전 국장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6월11일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수사 결론을 듣고 ‘채동욱 찍어내기’에 돌입했다는 게 정설이 되다시피한 터다.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송수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인정한) 조 전 행정관의 검찰 진술은 언론 보도 등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언론에서 그렇다고 하니 스스로 죄를 뒤집어썼다는 말인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관련자들 사법처리 현황 (출처 : 경향DB)


검찰은 지난 5월 청와대 민정·교육문화·고용복지수석실이 채 전 총장 뒷조사에 나선 사실을 밝혀내고도 ‘정당한 감찰 활동’이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조 전 행정관과 국정원 직원 송씨를 기소하면서도 청와대나 국정원과는 무관한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개 청와대 행정관과 국정원 정보관이 독자적으로 검찰총장 뒤를 캤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그런데 법원은 기소된 ‘꼬리’들에게까지 무죄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합리적 상식과 시민의 법감정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정권이 불법적으로 시민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파헤쳤다면 이는 사생활 침해를 넘어 인권유린에 해당한다. 더욱이 어린 초등학생에게까지 이러한 폭력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상급심에서는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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