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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대혼돈에 빠졌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며 “아르바이트 국회의원” “추한 사생활” “카멜레온” “사이코패스” “앞잡이”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인적 청산 대상이 돼야 할 의원들을 열거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 대표 시절 자신과 충돌했던 일부 중진의원들과 친박계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반발과 일리 있는 지적이란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 전체가 난파 위기에 몰렸는데도 여전히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중진의원들의 포괄적 책임을 물으며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당 혁신에 침묵해온 초선의원들이 마치 다른 나라에 있다가 온 것처럼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부터 우스꽝스럽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플래카드 아래 무릎을 꿇었다.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때인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직전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며 무릎 꿇고 절하고 읍소한 적이 있다. 그러나 눈앞의 위기만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니 무슨 말을 해도 과연 처절한 반성을 했는지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한국당은 말로만 반성을 외칠 게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국회는 몇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로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모두 공석이지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이 정말 시민에게 반성한다면 우선 원 구성 협상부터 성의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구 냉전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을 혁신하고 보수·진보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당 반대로 무산됐던 국회의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도 자청해 처리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번에도 지도부 사퇴→비대위 구성→새 지도부 선출과 같은 절차를 답습하면서 위기만 모면하려 한다면 오산이다. 성난 민심에 사죄하겠다는 의지가 1%라도 있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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