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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개월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우리 국민 대부분 아니 전 세계 거의 모든 인구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걱정하느라 바빴다. 6·25전쟁 이후 휴전상태로 지내온 70년 가까운 세월이 무색한 요즘의 분위기를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이러한 봄바람을 타고 남과 북이 경제분야의 협력 관계를 추구하자는 아이디어들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 노선, 가스관 연결, 항공로 개설과 같은 교통, 물류 측면의 이점이 먼저 떠오른다. 또한 북한의 산림 복구 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의 건설 협력과 풍부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연계 프로그램도 활발히 논의될 것이다.

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남북경협 모델은 우리 국민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일이라기보다는 더 큰 차원의 얘기로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최근의 평화 모드에서 우리 국민이 직접적인 혜택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남북 협력 사업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최근 우연한 기회에 ‘평화의 댐’ 근처에 가게 되어 그곳에서 남북 당국자의 실리적 판단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북한의 깨끗한 물을 남한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그럼 깨끗한 물의 값으로 우린 북한에 어떤 보상을 해줄 수 있을까?

평화의 댐을 매개로 상상을 해보기로 하자. 평화의 댐은 모두가 알다시피 1980년대 북한의 금강산댐으로 알려진 임남댐의 수공(水攻)을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건설한 담수 기능만 있는 댐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북한의 수공 위협이 과다하게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현재는 오명만 듣는 비운의 댐이 됐다.

그렇다면 그 문제의 발단이었던 북한의 임남댐은 지금 어떠한가? 북한의 열악한 전력사정 때문에 저효율의 수력발전을 위해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력발전을 위해 쓰인 그 소중한 깨끗한 물을 그들은 무의미하게 동해안으로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황을 조금만 거래적 사고로 바꾸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임남댐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동해안이 아닌 남한 평화의 댐으로 돌려주면, 화천댐을 경유하여 종국에는 팔당댐에 이르게 되어 서울, 수도권의 천만명이 훌쩍 뛰어넘는 국민이 오염되지 않은 상수도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천혜의 오염되지 않은 물을 보내주는 북한에는 그 물이 내려오면서 거치게 되는 우리의 수력발전 댐들에서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면 결론적으로 전기와 물을 맞바꾸는 상호 실익의 거래가 달성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수돗물의 불안함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어 음용률을 높이고 남한과 북한의 홍수 피해 예방 및 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담보되는 일자리 창출 등을 생각해본다면 우리 정부와 수자원 전문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 경영진이 하루빨리 깊은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원대하고 거창한 남북경협 모델도 좋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손쉬운 협력 방안부터 남과 북이 손잡고 실현시켜 나간다면, 이를 통해 쌓게 되는 신뢰로 평화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순구 | 성결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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