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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형기를 마친 흉악범을 최장 7년까지 사회에서 격리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도입됐다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사실상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앞서 2010년에도 보호수용제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으나 반대여론에 밀려 좌절된 바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도입을 재추진키로 한 것은 박근혜 정권 들어 짙어진 ‘경찰국가화’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형사사법체계를 감시·응징·중형 위주로 재편하려는 시도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검찰은 2회 이상 살인이나 3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또는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폭력으로 중상해를 입힌 경우 피고인의 보호수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징역 3년 이상 실형을 선고할 때 1년 이상 7년까지의 보호수용도 함께 선고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등의 보안처분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호수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호수용자에게 1인 1실을 제공하고, 접견과 전화 통화를 자유롭게 허용하며, 작업자에겐 최저임금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도 줄였다고 했다.

시청역 출구 통로에 쓰여진 '인권을 보호합니다' (출처 : 경향DB)


법무부 주장은 그러나 궤변일 뿐이다. 보호수용제는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의 사회 복귀를 막는 것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자유권을 침해하는 가혹한 ‘처벌’이다. 만약 형량이 낮은 게 문제라면 관련 법과 양형기준을 고쳐 해당 범죄의 양형을 강화하면 된다. 재범 방지 등 교화가 문제라면 교정행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편이 낫다. 교도소나 구치소 외에 별도의 보호수용시설을 만드는 일 자체가 기존 수형시설의 재사회화 기능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본질적 기본권을 제약하면서 1인1실이나 최저임금을 주는 게 무슨 소용인가. 국가인권위원회도 2011년 “보호수용제는 그 명칭과 관계없이 과거 보호감호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며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특정 범죄자만 울타리 밖으로 내몰아 배제하는 식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아동 대상 성폭력 등 흉악범죄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이를 기화로 형사사법체계가 과도한 엄벌주의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형벌권은 어디까지나 인권을 보장하는 전제 아래서 행사돼야 한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보호수용제 도입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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