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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특수전 훈련을 하던 부대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제 오후 11시쯤 영내 모의훈련장에서 대원 24명이 5인 1조로 포로 체험 중 부사관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그 가운데 2명이 숨진 사고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유명을 달리한 특수부대원들을 깊이 애도하며 꽃다운 젊은 목숨을 또다시 희생시킨 군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부른 훈련은 지난 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진행한 ‘포로 시 행동요령 훈련’이다.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얼굴에 두건을 씌우고 양팔을 뒤로 결박한 채 1시간가량 참아내야 하는 극한훈련으로서 미국·영국·호주 등 특수전 부대에서도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포로가 된 특수전 요원이 고문을 동반한 혹독한 심문을 견뎌내면서 아군의 기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배양하기 위해 영국 공수특전단(SAS)이 개발했으며 사고 위험성과 극도의 공포심 유발 등으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은 훈련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목적으로 이런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는지, 과연 그런 훈련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훈련 도중 부상한 전모 하사가 3일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_ 연합뉴스


설사 부대의 특성상 그런 고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안전대책을 충분히 강구했어야 했다. 아무리 극한훈련이라지만 사람 잡는 ‘살인 훈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두 부사관의 사인이 추정대로 질식사라면 더욱 기가 막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런 위험한 훈련일수록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수인데도 통제관이 보는 앞에서 대원이 질식사한 것은 안전불감증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살려 달라’는 외침이 있었지만 누가 했는지 모르고 훈련 상황 조성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훈련시스템 전반의 문제점과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최근 군에 대한 불신은 잇따른 사고 자체에도 있지만 그것을 은폐·왜곡·축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폭된 측면이 있다. 포로 체험 특수부대원 사망 사건까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SAS 훈련 방식과 달리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다른 사망 원인은 없는지 등 모든 의혹 요소를 규명하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장 통제 및 지휘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군은 왜 사고가 반복되고 국민 신뢰는 자꾸만 멀어지는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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