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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영업정지를 앞두고, 고객 돈을 챙겨 밀항하려다 붙잡힌 미래저축은행이 무려 60억원 이상을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26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이 은행은 채널A에 46억원, MBN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도 지난해 MBN에 10억원,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에 3억원을 투자했다. 솔로몬 역시 부동산 PF 부실로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상태였다. 이 밖에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한 제일저축은행은 채널A에 30억원, MBN에 10억원을 넣었고, 토마토저축은행도 지난해 jTBC와 MBN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다.

요약하면 퇴출 직전의 경영상태인 저축은행들이 투자자가 모이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던 채널A와 MBN 등 종편에 이해할 수 없는 투자를 한 것이다. 금융 관계자들은 저축은행들이 사업성이 불확실한 종편 지분에 참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자연 어떤 외부적 압력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고개를 든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조중동 종편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압력은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해당 언론사의 압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라고 투자를 하고 싶겠느냐”며 대형 언론사의 압력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 종편을 추진한 정치권의 압력이다. 이 부분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얼마 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현직에 있을 때 “종편이란 아이를 낳았는데 걸을 만할 때까지는 각별히 보살펴야 한다”는 말을 하고 다니며 종편 출범과 시장 안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이다. 이런 인사들의 입김을 빼놓고서는 부실 저축은행들이 그렇게 열심히 종편에 투자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수구족벌 신문사들이 운영하는 종편은 애당초 탄생 논의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법·탈법·특혜의 종합판이었다. 사실 종편사들이 영업정지가 임박한 부실 저축은행에서까지 출자를 받아갔다는 사실은 이런 거대한 비리구조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종편들이 시청률이 바닥이면서도 지금도 모회사를 앞세워 과도한 광고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이 정권의 터무니없는 논리로부터 기형적으로 태어난 종편이 미디어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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