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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챙기기와 회전문 인사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왔다.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이 대통령이 그제 차관급 인사에서 남주홍 주 캐나다 대사를 부임 8개월 만에 국정원 1차장으로 내정했다. ‘8개월짜리 대사’의 탄생이자 측근 챙기기와 회전문 인사의 전형적 사례다.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구습을 되풀이하는 이 대통령의 용인술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국익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외교는 정권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분야다. 그래서 각국은 외교관들의 임기를 3년 안팎으로 정하고 나름대로 주재국의 위신을 배려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직업 외교관들의 임기는 일반적으로 3년을 전후해 순환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8개월짜리 대사’는 주재국에 대한 큰 외교적 결례라고 할 수 있다. 남 대사 내정 문제는 이뿐 아니다. 그의 전임자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의 자리에 간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몰아내고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남 대사를 내정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설득력이 없다.
출처:경향DB
임기말 인사의 대표적 사례는 측근인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을 임기 3년의 예술의전당 이사장 자리에 앉혔다. 또 2007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에서 방송 특보단장을 지낸 양휘부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에 선임했다. 임기말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취임한 국립외교원의 김병국 초대 원장은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으로 1년 반 동안 일했다. 또 김 원장의 후임자인 김우상 이사장은 2008년 초부터 주 호주 대사로 일하다 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난 2월 임명된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현재의 자리를 꿰찼다. 이명박 인사의 상당수가 가히 ‘봐주기 인사’의 모범사례라는 느낌마저 준다. 정권 말에 임명된 고위직 인물들로 인해 현 정권 초기와 마찬가지로 다음 정권에서도 임기 중 사퇴 시비로 국정 혼란이 재연될까 벌써 우려스럽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말에 측근 챙기기와 회전문 인사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가용한 인재 자원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 탄생에 기여한 측근들의 자리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인사는 현 정부가 출범 초 내걸었던 ‘국격(國格)있는 외교’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8개월짜리 대사가 과연 국격있는 외교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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