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자력 발전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대형 사고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한국 원전에서는 이런 경고가 잘 먹혀들지 않는다. 사고가 빈발하지만 예방은 물론 대응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대응 과정에서 실수로 사고를 키우기도 한다. 실수나 사고 내용을 제때 공개하지 않거나 왜곡발표해 은폐 의혹까지 자초한다. 지난 17일 증기발생기 이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전남 영광 한빛원전 3호기 고장이 좋은 사례다.

당초 한빛원전 고장은 증기발생기 세관의 균열로 발생했다. 응급 처치 차원에서 세관 균열을 정비하면 되는 ‘보통 사고’였다. 그러나 정비 과정에서 멀쩡한 증기발생기에서 고장이 난 것으로 알고 이것만 점검하느라 12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더 크고 새로운 사고를 불렀다. 균열이 난 증기발생기에서 평상시의 130배가 넘는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전 측이 당초 멀쩡한 증기발생기 밸브를 잠근 채 안도했고, 방사능 누출도 사고 12시간 뒤에나 알게 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잦은 고장과 납품 비리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한빛원전 (출처 : 경향DB)


한빛원전 측은 방사능을 격납건물 내부로 전환하는 시설이 있는데도 방사능 외부 누출 사실을 파악한 지 11시간 후에야 이 시설을 가동했다. 누출된 방사능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원전 측은 방사능 누출을 파악했지만 언론과 주민에게는 이를 뒤늦게 공개해 은폐 의혹을 샀다. 멀쩡한 증기발생기를 정비한 직원들의 실수를 확인하고도 사고 직후 열린 공개회의에서 “세관 파손 문제를 잘 대처했다”고 허위보고했다. 도대체 안전을 다루는 기관의 태도라고 믿을 수 없다. 양파껍질처럼 계속 부실이 드러나는 사고 대응의 전 과정을 엄정하게 점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18개월마다 한 번씩 하게 돼 있는 정기점검에서 사고 원인을 걸러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과실이든 장비 부실이든 점검 과정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잖아도 한빛원전은 지난해 8건의 고장정지 등 사고가 잦아 불안감이 확산돼온 터이다.

이런 총체적 부실관리는 비단 한빛원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원전사고는 17건이며, 갈수록 느는 추세다. 원전사고의 원인은 직원들의 나태와 부주의, 장비 노후, 기술 미숙 등 복합적이다. 그러나 사고가 느는데도 이를 성찰하기는커녕 국민에게 안전하다고 홍보만 하려는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