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부가 내년 3월부터 ‘0~2세 유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바꿀 방침이라고 그제 밝혔다. 부모 소득이나 맞벌이 여부에 관계없이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데서 소득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쪽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0~2세 유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은 시행 1년 만에 폐기된다. 정책 변경으로 보육 지원금이 줄어드는 부모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012년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부 의지와 관계없이 0~2세 무상보육 예산을 끼워넣어 통과시킨 정치권의 반발도 크다. 더욱이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도 지난 총선 때 유아 전면 무상보육을 당론으로 정하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가 보육료 차등 지원을 전제로 내년도 예산안을 짜 국회에 제출키로 한 만큼 무상보육 정책의 변경 여부는 정치권의 결정에 좌우될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무상보육 후퇴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경향신문DB)


정부는 유아 무상보육 정책을 바꿔야 하는 이유로 막대한 재정 부담과 불필요한 시설보육 수요 증가 등의 부작용을 들고 있다. 얼핏 듣기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슨 정책이든 예산이 들게 마련이고, 정책 우선 순위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먼저 정부의 보육지원 정책은 장래 국가 재앙이 될 것으로 지적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주장하는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로 보육 지원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정책의 일관성 유지나 정부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시행 1년 만에 폐기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정부가 유아 전면 무상보육에 대한 정치권의 강한 의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필요 재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정치권을 향한 일종의 ‘도발’로 해석될 만하다. 몇 년 전 학교 무상급식 논란이 벌어질 때 고집한 ‘보편적 복지 절대 불가’ 입장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고수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을 초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공은 국회로 넘어갈 것이다. 여야는 국회 예산심의 때 총선 공약인 무상보육을 내년에도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길 바란다. 유아 전면 무상보육 제도를 입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0~2세 유아 전면 무상보육이 올해 처음 갑자기 실시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섬세한 대책도 마련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