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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전당대회 일정 등을 논의한다. 박영선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를 위해 의원, 시·도당 위원장으로부터 7·30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에 관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다. 새정치연합은 이렇게 재·보선 패배 나흘 만에 비대위 구성과 전대 일정을 마련할 정도로 서둘러 당 수습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패배와 위기에 매우 익숙하다. 그건 노무현 정부 이래 수없이 반복되어온 것으로 당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 개최, 새 지도부 구성, 그리고 새 출발 선언으로 쉽게 손을 털고 일어설 줄 안다. 패배 이후 어떻게 당을 복원하고 위기를 탈출할지 이 당보다 더 잘 아는 정당도, 더 잘해낼 정당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놀라울 정도의 신속한 복원력만큼이나 패배 혹은 위기 이후 당의 면모가 일신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 빠른 회복만큼이나 빠른 위기 속으로 다시 빠져들어갔던 것이 새정치연합의 전사(前史)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매우 빠른 자기 치유 과정에 들어갔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속도면 안철수 신당과의 통합 4개월 만에 맞은 위기를 전대가 열리는 4개월쯤 뒤인 연초에는 충분히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상임고문단 비상회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대표 직무대행이 1일 국회에서 상임고문단 비상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지금 새정치연합에 필요한 것은 능숙한 당 복구 기술의 동원이 아니다. 흔히 사건 현장은 즉각 치워지지 않고 보존된다. 그래야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고, 그런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어디에 무슨 잘못이 있는지 똑똑히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다면, ‘과거를 들춰서 상처 낼 필요가 있느냐’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새정치연합은 그런 쉬운 길로 들어가려는 것 같다. 박 직무대행이 벌써 초선과 중진 의원들을 만나 비공개 의견수렴을 끝낸 일이나 의원들이 서로 격려하며 조용히 지켜보는 모습에서 그런 징후들이 엿보인다.

지금 비대위, 전대 일정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망가진 당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이 그리 시급한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 그 자리에 내려 놓기 바란다. 야당을 다시 세우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왜 당보다 파벌 이익을 우선하고, 집권 의지를 상실한 채 의원 한 자리 하는 것에 만족하며 알량한 야당 기득권에 안주했는지 고백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대안 정당의 길을 막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왜 그런 과제들을 놓고 전당적 토론을 하지 않는가. 왜 당을 재건하기 위해 나서는 이들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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