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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시론]이게 야당인가

opinionX 2014. 7. 31. 21:00

정치의 본질을 일컬어 ‘투쟁’이라고 말한 것은 막스 베버다. 진보나 좌파하고는 차라리 무관한, 굳이 나누자면 중도나 온건 우파라고 불러야 맞는 이다. 정치가 투쟁이기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인 자본주의 일상에서 그나마 자연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나 이는 야당한테 더욱 절실히 적용된다. 새 정치건 헌 정치건 투쟁하기를 멈춘다면, 그래서 대중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날 때 그 야당은 존재가치가 없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사람들은 ‘이것이 국가인가’라고 물었다. 6·4 지방선거를 거쳐 어제 7·30 재·보선 결과를 보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목소리다. ‘이게 야당인가.’ 특히 그 리더십의 부재와 무능은 이제 참고 견딜 수준을 넘어섰다.

7ㆍ30 재보궐선거일인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주승용 사무총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최고위원이 투표 관련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경향DB)

되살펴 보건대 ‘선당후사’라는 어이없는 구실을 잡아,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었던 공천 아닌 사천이 참패의 첫째 원인임은 다 아는 바다. 백주대낮에 깜짝 쇼 하듯이 기동민을 광주에서 빼다가 동작에 내리꽂았다. 그 자리엔 권은희를 심어 ‘전략공천’이란 이름의 전횡을 휘둘렀다. 그 결과 기동민과 허동준을 잃었다. 그럼 권은희는 성공했나.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전국 최저 투표율이었다. 22.3%. 동작의 절반도 안된다. 광주는 전략적 ‘반(反)투표’를 한 셈이다. 여기서 60%를 얻었다 해도 전체 유권자로 치면 고작 13% 정도다. 선거 과정에 불거진 부동산 잡음을 차치하고라도, 이는 권은희가 상징하는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쟁점의 앞날도 밝지 않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단일화와 연대에 대한 현 지도부의 애매하고 불확실한 태도다. 통합진보당의 종북논란에 스스로 편승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으로 연대, 연합을 기피한다는 말이다. 노회찬과 기동민이 당 지도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단일화했는데도 패배했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반감되었다고 봐서는 안된다. 단일화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단일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왜 노회찬의 정의당은 노동당 김종철과 단일화하지 않았는가. 아주 소박한 가정이지만 나경원과 노회찬의 표차는 929표이고, 노동당 김종철은 1076표를 얻었다. 비록 노회찬이 기동민을 압박해 후보 자리를 꿰찰지 모르나, 이는 제대로 된 단일화가 아니다. 단일화는 승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직 그 절차와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할 때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패배의 세 번째 요인도 공천 참사와 분리되지 않는다. 동작에서 새누리당이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후보는 정동영이었다. 듣기에 정동영이 출마할 것이 분명하기에 김문수, 오세훈 그리고 나경원도 주저했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지도부는 알아서 그를 정리해주었다. 처음부터 철저히 배제해버렸다. 막장공천의 대상은 또 있다. 천정배다. 광주에서 아예 경선에서조차 제외하고자 했다. 광주의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반발이 일었다. 또 그를 당내 486은 ‘올드보이’로 몰아갔다. 경쟁력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진보’ 후보 정동영, 천정배에 대한 정치적 배제는 다수의 진보성향 유권자를 등 돌리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리고 그 잔머리에 사람들은 질렸다. 막판에 보수가 결집할 때, 진보는 흩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현장에 아무 존재감이 없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세월호 참사를 고리로 ‘정권 심판’을 외쳐봐야 흘러간 옛노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현장과 분리된 것이 문제이고, 나아가 그들이 제시한 무슨 프레임과 정책이 있었는지 아예 기억이 없다.

박근혜에 대한 불신과 김한길, 안철수에 대한 그것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또 무능 지수란 게 있어 양측을 한번 재본다면 어떨까. 새정치연합이 비록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되기 때문에 뽑아달라는 것도 이제는 아니다. 이미 정치적으로 파산한 두 당 대표의 퇴진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당을 새로 만들어라. 그 정도의 결단이라도 없다면 미래는 없다. 미루기에 현장의 목소리는 오늘도 절절하다.


이해영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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