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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집단적 기억력은 딱 2주짜리라는 지적이 있다. 결국 정당에 대한 평가인 선거에서 패배를 당하고도 2주 정도만 지나고 나면 패배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구각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놀라운 복원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한 뒤 매번 성찰과 쇄신은 실천 없는 공허한 깃발로만 나부꼈다. 세월호 사고 덕분에 겨우 패배를 면한 6·4 지방선거 성적을 받아쥔 뒤에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안주하지 않고 각고와 쇄신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으나, 각고와 쇄신은 없이 제1야당의 울타리 기득권에 안주했다. 7·30 재·보선이 정부·여당의 실정보다 야당의 무능을 심판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래서 사필귀정이다.

야당을 탄핵한 수준의 재·보선 결과는 낮은 투표율,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 새누리당의 교활한 선거전략 그 어느 것으로도 ‘조금도’ 변호되지 않는다. 온전히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태만, 지리멸렬이 자초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와 인사 실패 등에 분노한 국민이 알아서 정부·여당을 심판해주리란 기대 말고는 선거 전략이랄 게 없었다. 세월호 후속조치와 민생 문제 등에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세월호 심판’을 외치면서도, 세월호특별법 협상 등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여당에 끌려다녔다. 닳고 닳은 ‘정권 심판론’에 목을 맬 뿐, 막상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야당의 무기력이 선거를 통해 정권이 평가를 받는 책임정치의 작동을 불능화하는 구실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자신들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참사’가 참담한 선거 패배의 근인이 어디 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돌려막기 공천, 권은희 공천 파동을 통해 드러난 오만과 리더십 빈곤은 지지층에서조차 이반을 자초했다.

재보궐선거 참패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사퇴 (출처 : 경향DB)

새정치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수원병 재·보선에서 떨어진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 국면에서 ‘새정치’의 비전과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안철수 대표의 좌초는 필연이다. 이제 국민 심판을 받은 새정치연합은 밑동째 바뀌어야 한다. ‘선거 민심’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우선이다. 그것을 토대로 자기 부정에 가까운 당 혁신, 당 주도 세력과 리더십의 전면적 쇄신의 길을 터야 한다. 또다시 반성은 시늉에 그치고, 생색내기 수준의 개혁과 ‘당 얼굴’만 바꾸는 인적 쇄신에 그친다면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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