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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개 선거구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으로 불린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지지기반인 영남 2곳을 필두로 충청권 3곳, 호남 1곳, 수도권 5곳 등 11곳에서 이겼다. 민심의 가늠자로 꼽힌 서울 동작을에서 나경원 후보가 신승을 거뒀고, 야당 강세 지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당선돼 1987년 민주화 이래 광주·전남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새정치연합은 전남 3곳과 수도권의 수원정 1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세월호 참사와 일련의 ‘인사 참사’ 등으로 민심 이반이 크고, ‘정권 평가’의 의미가 두어진 선거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압도적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고, 박근혜 정부는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계기를 마련했다.
재·보선 결과는 새누리당 승리보다는 새정치연합의 패배가 두드러진다. 새정치연합은 자멸했다. 세월호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상 최악의 인사 참사, ‘유병언 주검’ 파동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정부의 무능 등 선거 환경은 어느 선거보다 야당에 유리했다. 여권의 연이은 실정과 악재에도 불구, ‘세월호 심판’과 ‘정권 견제론’이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은 순전히 새정치연합의 무능 탓이다.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무원칙한 돌려막기 공천, 권은희 공천 등의 ‘공천 참사’로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 권은희 후보가 나선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이 22.3%로 전국 최저를 기록한 것은 지지층에서도 공천에 대해 불신임을 내린 꼴이다.
새누리당 재보선 당선자 9명 꽃다발 (출처 : 경향DB)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야권 연대 문제에서도 우유부단한 지도력 부재를 보였고, 무엇보다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특별법 대처에서 무기력을 드러냈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야당답게 제대로 싸우는 투쟁력도, 그렇다고 새정치나 대안능력도 보여주지 못한 새정치연합이 들끓는 민심을 수렴해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업보다. 지방선거에 이어 재·보선에서도 세월호 반사이득만 기대하는 구태의연한 선거 전략, 기득권 지키기에 함몰했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간신히 패배를 면할 수 있었던 지방선거의 민심을 오독한 결과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결과를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운위하기에 앞서 새정치연합부터 철저히 바뀌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스스로 잘해 승리했고, 정부·여당의 실정에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하면 착각이다. 인사 참사와 유병언 수사의 난맥 등 실정과 악재에도 불구, 승전고를 울렸으니 안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자력으로 거둔 게 아님을 새누리당도 알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실패와 지리멸렬의 반사이득이 컸다. 정부·여당이 승리의 자만으로 세월호를 인위적으로 정리하고, 독선의 국정운영을 계속하려든다면 참화를 자초하게 될 터이다. 재·보선 결과는 새누리당이 나라를 책임진 집권여당으로서 걸맞은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보여달라는 기대와 명령이다. 새누리당이 국정운영의 변화, 적폐 청산, 당 쇄신, 대화 정치 복권의 노력을 방기한다면 언제든 민심으로부터 도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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