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 노동시장은 비정상이다. 무엇보다 양극화가 문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불평등이 성장을 방해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감소시킨다며 한국에 시급한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의 원인제공자는 기업이다. 비용절감을 핑계로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고 고용의 질도 계속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몇몇 대기업 노조도 불평등을 고착화하거나 심화시키는 대열에 가세해 비난을 자초했다. 정규직의 임금과 복지는 늘리면서 사측이 비정규직을 쥐어짜 그 비용을 마련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최후 보루인 노조가 비정규직의 일자리 자체를 박탈해 정규직의 일자리 보존 수단으로 삼은 경우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가 군산공장 운영방식을 현행 주간 연속 2교대제에서 1교대제로 전환하기로 회사와 합의했다고 한다. 교대조 1개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 문제를 정규직 노동자 작업장 전환 배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외부 기업에 사내 하청을 줬던 일감을 원청 기업으로 다시 가져오는 ‘인소싱’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내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에 일자리를 내주게 됐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해에도 1교대 전환을 하지 않되 사내 하청을 내보내는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이없는 일이다.

GM사의 로고 (출처 : 경향DB)


노조의 1차적 의무는 조합원의 일자리 보존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지엠 노조의 이기적이고 반노동적인 행태가 정당화될 수 없다.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한국 현실에서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지엠 노조는 비정규직 희생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는지 성찰하기 바란다.

이번 지엠 노사의 합의는 지난해 12월 지엠의 비정규직 노동자 5명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한다”는 법원 판결에정면으로 반한다. 비정규직 살리기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핑계로 감축 경영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일자리 축소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늘은 비정규직의 희생으로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내일은 정규직 일자리가 희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