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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전략’이라면서 노·사·정이 오는 3월까지 반드시
종합대책을 도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정규직 차별화로 대표되는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는 어렵다고도 했다. 이는 노동계 반발을 산 정부의 노·사·정 타협안 및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특히 노동 문제를 노동 문제 자체로 보지 않고 경제 성과 달성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기업편향적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노사정위에 합의 시한을 강조했다. 대타협은커녕 노·정 간 대립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 뻔한
현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어제 회견에서 제시한 불합리한 임금차별 해소와 지속적인 사회안전망 보호는 비정규직들의 절실한 요구라는 점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근본 해법은 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으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비정규직 보호를
강조했지만 정부 대책처럼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서는 비정규직만 양산할 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의 임금을 깎거나
해고를 쉽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책임 소재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때 기업들의 요구로 대폭
늘어났다.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기업들이 비정규직 급여를 낮게 책정해 비롯된 일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법 전면폐기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의 성공사례로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거론했으나 이 역시 적절하지 않다. 두 나라의 노동 현실이 한국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노·사·정이 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타협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후 10여년간
120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달성했다. 그런데 이는 네덜란드의 사회안전망 수준이 대단히 높았기에 가능했다. 예컨대
해고자에게는 실직 전 임금의 최대 90%를 3년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은 실업수당이 월 100만원도 안되고 최대 8개월까지만 받아
제대로 안전망 구실을 못한다.
노동 개혁에 성공하려면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 안정 달성을 우선적 목표로 해야 한다. 고용이 삶이자 복지이고
인권인 노동자들의 실정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노동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활성화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 경영 차원에서
모색하는 게 맞다.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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