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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가 감염병 등 위기관리 차원에서 만들어 통합 관리했던 매뉴얼 2600여개를 이명박 정부가 부처별로 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국민안전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만들어 관리한 33개 국가위기별 표준매뉴얼과 실무 및 행동매뉴얼 2600여개를 이명박 정부가 각 부처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제324회 임시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장장관이 참석하여 세월호 사고와 관련 대형사고 대응 메뉴얼 작성에 대하여 답변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는 박근혜 정부가 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했는지 설명해주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지휘하는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메르스는 확산되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고, 공포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대응 기구를 늘렸지만, 5~6개의 기구가 난립하며 혼선을 빚었을 뿐이다. 청와대를 떠나 부처로 이관된 매뉴얼이 유연성 있게 발휘되지 못했음을 반증해준다.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총력으로 나서야 한다. 부처 및 지자체별로 요구되는 행동, 필요한 조치가 다 다를 것이다. 그에 맞게 조율하고 발 빠른 대책을 세우려면 역시 청와대의 일관된 지휘·조정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메르스 사태에서 부처 간, 중앙과 지방정부 간 불협화음이 두드러졌다.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왕의 매뉴얼에 매달려 초기에 지자체를 아우르는 범정부적인 대응도 부족했다. 대통령은 국가적인 재난에도 뒤로 물러서 있었다.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책임을 떠넘긴 대통령이 자기 책임이라고 느끼지 못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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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뿔뿔이 흩어진 매뉴얼을 일관된 지휘·감독체계 아래 두고 업데이트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국가적 위기관리의 개념을 재점검하고 대통령이 지휘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과거 정부와의 차별화는 더 나은 국정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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