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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집단 발생으로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에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원격진료는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현행 의료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사태에 책임이 큰 삼성서울병원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은 명백한 탈법이고 특혜다.

보건복지부의 결정으로 삼성서울병원 외래에서 치료받던 재진환자는 이제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원격으로 진찰을 받고, 약국에 팩스로 보내진 처방전에 따라 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환자를 대면하지도 않고 ‘전화 진찰’로 진료·처방할 수 있는 특혜조치를 삼성서울병원에 부여한 것이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들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불편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군색한 변명이다. 진료를 거부당하는 외래환자를 위해서라면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 경증 재진환자는 현행법에서 가능한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진료로도 능히 감당할 수 있다.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그 의료기관의 의사와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전화로 환자 상태를 공유해 진료를 시행하고 처방전을 내리는 것이다. 의사협회도 이러한 방식에 적극적 협력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굳이 탈법 원격진료를 택하지 않고도 해결 방안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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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허용 의료기관 및 시점(지난해 정부 의료법 개정안) (출처 : 경향DB)


앞서 폐쇄됐던 평택성모병원이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전담병원으로 바뀐 국립중앙의료원의 외래환자 역시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으나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병원은 원격진료를 하면 재진료의 50%를 수가로 받게 되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은 부분 폐쇄에도 불구하고 진료수입은 계속 발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된 것에 강하게 질책한 상황에서, 정작 정부는 병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격진료 특혜를 베풀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를 위해서라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고려할 대안이 있음에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원격진료는 박근혜 정부가 줄기차게 시도해온 의료영리화의 핵심 고리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원격의료를 가장 앞장서 추진해온 병원이다. 공공의료를 붕괴시켜 신종 전염병에 제대로 대응 못하도록 한 정부가 국가적 위기 와중에 삼성서울병원에 특혜까지 부여하며 위험천만한 원격진료 도입을 실험하고 있다. 이쯤이면 정부가 보호하고자 하는 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인지, 의료영리화나 재벌병원의 이익인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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