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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MERS·메르스)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며칠째 한 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격리대상자는 감소세로 반전했다. 정부 내에서는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6월 말까지 메르스 사태가 종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고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의 진정세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기대할 만한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메르스 3차 유행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불식되지 않는 등 불안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의 진정 기미에도 불구하고 방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사태는 7월까지 갈 것”이란 전망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감염 의심자들의 바이러스 잠복기가 이달 말 끝날 것으로 믿고 있다.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 희망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설정한 잠복기간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잠복기 최장 기간인 14일을 넘겨서도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깨져버린 ‘메르스 공식’을 맹신하다가 사태 악화를 초래한 경험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설령 당국의 잠복기간 기준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잠복기 시한이 이 달을 넘어서는 감염 의심자가 앞으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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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유일하게 메르스 사태로 병원 전체를 폐쇄한 경남 창원SK병원에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 (출처 : 경향DB)


현재의 메르스 상황을 고려하면, 섣부른 낙관론보다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 환자가 접촉한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만 5만여명이 넘고, 메르스 감염자가 다녀간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을 이용한 사람도 100여명에 달한다. 모두 격리와 추적조사가 필요한 ‘환자예비군’들이다.

신종 감염병을 잡는 데는 왕도가 없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방역망을 가장 넓게 치는 대응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경로를 꼼꼼히 추적하고 감염 의심자는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 자칫 낙관론에 기대다 한 명이라도 놓치면 삼성서울병원이나 평택성모병원의 집단 감염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일시적인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자세로는 감염병을 잡지 못한다는 지난 한 달의 교훈을 망각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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