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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부정경선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세가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당초 부정경선에 초점을 맞추는가 싶더니 어느 틈엔가 ‘종북주사파’의 국회 입성 반대로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이 이번 기회에 진보진영을 손봐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다 보니 생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진보=종북’이라는 그들만의 낙인찍기가 여전히 횡행하는 현실이 당명까지 바꾼 새누리당의 진면목이라는 얘기인지 안타깝다.



국회의원 등록 완료한 통합진보당 이석기(위), 김재연 당선자 (경향신문DB)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진당의)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종북좌파의 국회 입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리를 먼저 제기한 인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다. 그는 엊그제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며 당사자들의 비례대표 자격정지론을 제기했다. 뒤늦게 대선판에 뛰어든 후발주자의 ‘노이즈 마케팅’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턱밑까지 차오른 민간인 사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의 발언인지라 최소한의 진정성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우리는 두 사람의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자체 조사 결과 비례대표 경선에서 위법이 드러난 만큼 이를 주도한 당권파의 일원인 두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정경선의 책임을 묻는 것과 종북주의라는 굴레를 씌워 의원 자격을 문제삼는 건 다른 문제라고 본다. 설사 종북주의자라 하더라도 이념적 차이를 이유로 의원직 박탈을 주장하는 것은 초법적 발상이다. 더구나 통진당이 먼저 자신들의 대북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나서는 마당인 만큼 이러한 이념문제는 별도로 이성적 토론과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종북주의를 옹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해법을 도모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그들을 종북주의자로 몰아세우면서 사퇴하라는 건 두 사람이 북한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인정하라는 종용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식으로 파문을 해소할 수는 없다. 통진당 사태가 어떻게 결론 나든 당권파는 진보정치를 파국으로 끌고간 데 대해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한다. 대다수 국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새누리당이 진정 통진당의 사태 해결을 원한다면 ‘진보=종북’이라는 색안경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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