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새정치민주연합의 어제 최고위원회의 풍경은 계파 대립과 무너진 리더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회의에서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계파 패권주의 청산을 문재인 대표에게 요구하자,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막말 조롱을 퍼부었다. 주 최고위원이 “치욕적”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제1야당의 지도부 회의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내던지고, 정 최고위원은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막무가내다. 정치의 품격은 고사하고 공당 지도부의 언행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박하다. 이 정도면 같은 당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전날 선출돼 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기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분열 아닌 통합”이라고 했지만 메아리가 없는 건 당연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 최고위원을 겨냥해 “공개·공정·공평도 좋은데 사퇴할 것처럼 하면서 사퇴하지 않는 것은 공갈”이라고 하자,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은 치욕적”이라면서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 사퇴해야 한다” 말하며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에 입성한 이래 여러 번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왔다.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를 ‘히틀러 묘소’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4·29 재·보선 후에는 비주류를 겨냥해 SNS 등에서 극한 표현의 비난을 쏟아냈다. 자극적인 공격 언어를 동원한 소위 ‘정청래 정치’는 팬덤 지지층의 환호를 끌어낼지는 모르지만, 당에는 피멍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는 단순한 의원이 아니라 최고위원의 한 사람이다. 심각한 것은 ‘싸가지 없고 무질서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정청래식 정치에 아무런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가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의 집단적 기억력은 유효기간이 2주라고 한다. 선거가 끝나면 앞다퉈 성찰을 다짐하고 환골탈태를 외치다가 2주만 지나고 나면 패배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구각의 모습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4·29 재·보선 참패 뒤 문 대표는 “부족함을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뼈를 깎는 혁신을 외친 절박감은 어느새 스러지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되돌아간 모습이다. 당의 혁신은 계파를 넘어서는 일에서 시작해야 함에도, 문 대표는 그 길을 열어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회초리를 맞고도, 반성은 시늉에 그치고 개혁은 생색내기 수준에 머무는 정당에 신뢰와 지지를 다시 보낼 국민은 없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