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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놓고 여야, 청와대가 제 논에 물대기식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강화’를 강제적 규정으로 담으려 한 야당의 몽니 때문이라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대타협’을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원점으로 돌린 여당의 무책임을 따진다. 청와대는 또다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킨 여야 합의안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저마다 ‘남 탓’만 해대는 꼴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갈등,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친박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명시를 문제 삼았으나, 속셈은 다른 데 있어 보인다. 청와대의 기대보다 미흡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좌초시키려 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조차 청와대가 ‘소득대체율 50%’ 협상을 알았으면서도 뒤늦게 딴지를 걸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과 정부 대표, 이해당사자, 전문가들이 어렵사리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청와대가 개입하고, 그 조종을 받은 친박 의원들이 파탄시키려 든 것은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애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민연금’에 접근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두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적 동의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인상의 구체적 수치까지 적시함으로써 논란을 잉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참뜻이 공적연금 기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대의에는 국민도 공감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인상을 위해 소요되는 재원 대책 없이 이를 제시함으로써 ‘보험료 폭탄’ 시비를 자초했다. ‘노후보장’ ‘사각지대 해소’ 같은 명분은 실종되고 국민정서법상 휘발성이 강한 ‘보험료 폭등’ ‘미래 세대에 부담 떠넘기기’ 이슈가 연금정국을 뒤덮게 만들었다. 거기에 휩싸여 공무원연금 개혁안마저 떠밀려간 형국이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왼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국민연금 개혁 관련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그간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여야는 공히 5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야, 청와대가 뒤엉켜 한번 뒤틀어버린 공무원연금 개혁이 다시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를 둘러싼 여야 갈등에, 집권세력의 내분까지 겹친 상황이다.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 일부 미흡한 점이 있지만 정치권과 이해당사자들이 마련한 ‘대타협’이 무산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은 영영 어려워진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5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국민연금은 국회에 설치할 ‘사회적 기구’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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