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 지사를 내일 소환키로 했다. 앞서 ‘자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이미 4차례 조사를 받았다. 윤 전 부사장은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에 가서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사 시절 얻은 ‘거악 척결’ 이미지를 자산으로 정계에 진출한 홍 지사가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가는 처지가 되었으니 아이러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부사장이 이를 사실상 시인하자 홍 지사 주변 인사들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시도했다. 그 사이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의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등 법리논쟁을 펼쳤다. 어제는 “윤승모씨는 성 전 회장의 로비 창구다.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했을 것”이라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보기 딱하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출근하자마자 집무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 도중 수첩을 보면서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검찰이 ‘리스트 8인’ 중 홍 지사를 첫 소환자로 지목한 것은 자금 전달자의 일관된 진술 때문일 것이다. 물증을 찾기 어려운 불법 정치자금 사건치고는 난도가 낮은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홍 지사는 경남지역 무상급식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시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터다. 그를 우선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서 끝나선 안된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7인도 모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은 검찰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대선자금 수사의 실마리가 될 만한 새로운 진술도 나오지 않았는가. 경남기업의 ‘금고지기’였던 한장섭 전 부사장은 “2012년 대선 직전 성 전 회장이 2억원을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 김모씨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앞서 성 전 회장도 경향신문에 “2012년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원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부사장이 털어놓은 정황은 성 전 회장 발언보다 구체적이다. 검찰의 의지만 있다면 수사 단서는 충분하다. 검찰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엄정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