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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7대 비리·12개 항목의 새로운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공개했다. 불법적인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은 물론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도 고위공직자 임용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은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의해 범죄로 인식된 특정 시점 이후부터 공직 배제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5대 비리를 7대 비리로 확장해 적용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공직 배제 기준에 이르지 않아도 그 행위가 중대하거나 상습적이고 의도성이 있을 경우 인선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에서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청와대는 이 기준을 장관 후보자뿐 아니라 차관 등 정무직 및 1급 상당 직위의 공직 후보자에게까지 적용하겠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청와대의 인선 실패는 그 기준의 유무보다는 의지 문제였다. 스스로 엄격하게 인사 검증을 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일부 시민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흡한 기준도 발견된다. 특히 성 관련 범죄는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 등 중대한 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로 한정했다. 성범죄는 시효와 관계없이 처벌해야 한다는 흐름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현실적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증 기준도 통과하고 해당 부문 직무 수행 능력도 있는 공직 후보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 청문회에 대한 일반적 평가였다. 그러다 보니 도덕성 흠결은 적지만 능력은 부족한 인물이 장관이 될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청문회가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만 집중하느라 직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데는 충실하지 못한 결과였다. 정치권은 새로운 공직 인선 기준에 맞춰 인사청문회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문회를 도덕성 평가와 직무 평가를 구별해 진행하고 도덕성 평가는 미국 방식을 준용해 비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재 야당이 집권해도 적용 가능한 기준도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가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공직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대로, 여야는 인사청문제도 개혁특별위원회를 즉각 가동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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