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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지난 24일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법원은 지난 11일 검찰이 임 전 실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이번 구속적부심에서는 “일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석방했다. 법원은 또 25일 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를 향하던 ‘댓글 수사’와 전 전 수석의 뇌물수사가 모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돼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석방된 데 이어 전 전 수석의 영장까지 기각되자 “(법원의 판단을)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구속됐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를 구속적부심이나 영장심사 과정에서 석방하는 것은 법원의 고유 권한이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구속영장을 기각했거나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주었다고 해서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뿐이다. 전 전 수석의 경우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이번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관련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며칠 지나지 않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주는 것은 시민의 눈에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을 구속한 뒤 국방부 사이버사 증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비록 수사에 일시적으로 걸림돌을 만났지만 검찰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보수 야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없다.

이번 수사는 적폐청산은 물론 민주주의와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나 적법성 논란이 없어야 한다. 한풀이식 수사를 벌이다 무죄로 마무리된 과거의 전 정권 비리수사와 궤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구속적부심 결과에 흔들리지 말고 차분히 증거를 보강하고 법리를 구성할 기회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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