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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새 대표로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됐다. 신주류 쇄신파를 대표하는 강기갑 후보는 지난 9~14일 치러진 당직 선거에서 구주류 당권파의 지지를 얻은 강병기 후보를 11%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강 대표가 조직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낙승한 것은 구주류의 비상식적 ‘불통 정치’에 풀뿌리 당원들이 등을 돌렸음을 의미한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에 대해 당심도 민심과 마찬가지로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통합진보당이 환골탈태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

강 대표는 취임사에서 “당선의 기쁨보다는 치유와 재기의 길을 걸어가야 할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강 대표 앞에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라는 지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당내 패권주의를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부정경선과 폭력사태에 대한 반성 없이 자신들만이 절대선(善)인 양 해온 구주류의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구주류의 핵심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대표 경선 결과를 존중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의원총회를 통해 제명하는 길밖에 없다.

 

당기는 강기갑손에 ㅣ 출처:경향DB

강 대표가 이끄는 새 지도부는 진보의 가치를 견지하되 낡은 형식과 관행은 과감히 떨쳐냄으로써 진보의 내용을 새로이 채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난달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특위는 “진보적 가치의 혁신과 새로운 비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대북관 및 대북정책, 한·미동맹, 재벌정책 등에 걸쳐 당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제안했다. 특위안이 모두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강 대표가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대중이 변화를 요구한다면 이것을 숙명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은 향후 깊이있는 토론을 통해 ‘2012년 한국 민중’의 요구를 담아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는 자신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재정립하는 일이다. 통합진보당은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닌, 비정규직·미조직·영세 노동자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고통받는 농민이나 사회복지의 혜택에서 소외된 서민들 역시 보듬어야 한다. 이것이 강 대표가 말한 “세상을 먹여 살리는 진보정당이 되는” 길이다.

통합진보당이 진정으로 거듭나는 일은 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새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당원과 진보적 대중 모두 ‘진보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진보정치는 통합진보당 사태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든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진보는 재구성될 수 있고 재구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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