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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전격 사표를 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름이 거론된 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5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그가 아무 잘못도 없이 언론 보도로 그만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을 챙기고, 휴가 때도 수행하는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사무실이 있어 흔히 ‘문고리 권력’이라고 부른다.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영삼 대통령 때 장학로 실장, 노무현 대통령 때 양길승 실장도 돈을 받았거나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고 물러난 바 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있던 1997년 비서관으로 보좌하기 시작해 서울시장 시절에는 의전비서관, 2008년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제1부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래 보좌한 최측근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검찰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실장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고, 진술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되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임석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면서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하고, 정두언 의원을 구속하겠다고 서두르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의외다. 검찰은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상득 전 의원까지 구속한 마당에 뭘 더 망설이겠다는 것인가. 김 실장이 죄가 있는지, 어디까지 연루된 것인지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만약 김 실장의 금품수수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검찰의 적극적 수사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도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친인척과 측근들이 저축은행 비리로 줄줄이 낙마하고 있는 마당이다. 국민들에게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아울러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성역없는 수사를 약속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현 정권의 도덕성 추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사과하고 모든 의혹을 밝히는 것이 조금이라도 성난 민심을 달래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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