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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중앙당을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명을 바꾸겠다는 등의 혁신안을 제시하자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재선 의원들은 사전에 논의도 거치지 않고 발표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초선 의원 30여명은 19일 모임을 갖고 당내 정풍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공천을 받은 이른바 ‘박근혜 키즈’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가진 이념이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담을 그릇이 문제였다”며 지방선거를 이끈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친홍준표(친홍)계는 거꾸로 친박계의 인적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네가 나가라”는 것이다. 이러니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백날 외쳐봐야 빈말로 들리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18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사실 김 원내대표가 내놓은 혁신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2016년 4·13 총선 패배 때도 외부 인사로 비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당명을 바꾼 지도 1년밖에 안된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재탕, 삼탕 개혁이다. 똑같은 전철을 밟는 걸 보면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 그런데 이마저도 “왜 마음대로 하느냐”며 반발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친박계, 친홍계, 바른정당 복당파, 비주류 등이 당권 장악을 위해 골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은 계파별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총질을 하고 있다. 지금 한국당 상황에서 ‘당권 경쟁’이란 말이 나오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뼈를 깎는 쇄신책을 내놓아도 등 돌린 민심을 얻는 일이 될동말동한데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황당할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에 이어 한국당까지 탄핵했다. 한국당은 난파선이 아니라 이미 물속에 가라앉은 배 신세다. 시민에게 탄핵당했다면 반성하고 새롭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침몰한 배를 건져 올려 ‘그 밥에 그 나물’인 수준의 인물을 돌려막고, 이름을 바꿔 다는 게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당에 각계가 주문하는 것은 수구적, 냉전적 이념의 틀을 허물고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새로운 보수를 재건하라는 것이다. 그간 자신이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의원직을 걸고 각 지역구에서 재신임을 묻는다고 해도 울림이 있을까 말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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