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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선거사범 수사가 마무리됐다. 주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선거사범은 소속 정당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엄단해야 마땅하다. 단 누구에게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전제에서다. 이번 수사 결과는 어떠했나. 기소된 국회의원 수로 보든 면면으로 보든 야당을 가혹하게 다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어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고려로 선거사범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는 법이다.

재판에 회부된 의원 수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야당 성향 무소속이 새누리당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여소야대 의석 분포를 감안하더라도 기소 건수가 야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또한 제1야당 더민주에선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가 줄줄이 기소된 반면, 여권에선 최경환·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박 실세들이 면죄부를 받았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이중잣대로 기소권을 남용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 의원 등 친박 3인은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압박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의 발언이 ‘조언하는 취지’였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대통령 뜻”을 거론하고 “까불면 안된다”고 했는데도 조언으로 간주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 의원과 현 전 수석은 소환도 않고 서면조사만 했다. 추 대표는 “16대 의원 시절 ‘동부지법을 광진구에 존치하자’고 요청해 존치됐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측의 혐의를 수평 비교할 수는 없으나 형평성 시비는 부인하기 어렵다.

선거사범 기소 여부는 대검찰청 공안부가 각 지검 공안부의 의견을 받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관례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이 보태지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에는 야당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버티고 있다. 공정성을 잃은 수사 결과는 우 수석 개입의 혐의를 짙게 한다. 정권으로선 야당 핵심을 무더기 기소함으로써 ‘우병우·최순실·차은택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부장검사 등의 잇단 비리로 인해 거센 개혁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야권이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신설될 경우 기득권을 상당 부분 내려놔야 할 판이다. 결국 청와대와 검찰의 ‘상부상조’가 ‘친박 무죄, 야당 유죄’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현 국회 의석 분포는 민의가 만들어낸 결과다. 이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정권과 검찰의 신뢰도만 추락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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