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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늘로 사실상 끝난다. 20일의 국감 기간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미르재단 등을 둘러싸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진상규명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씨와 차은택 CF 감독은 증인으로 출석하기는커녕 종적조차 알 수 없었다. 국감장에 나온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들의 모금에 핵심 역할을 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어제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며 이전에 한 말까지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름만 나와도 덮어놓고 감싸는 청와대,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 속에 국감 무용론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종합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제시한 광고감독 차은택씨 의혹 관련 자료들을 모니터로 살펴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

새누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미르·K스포츠 재단의 정권 실세 개입 및 모금 특혜를 둘러싼 의혹은 매일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어제 하루만 해도 차은택 감독에 대해 허위 기록을 통한 정부 지원금 타내기, 국악방송 사장 선임 개입 의혹뿐 아니라 이화여대의 최순실씨 딸 봐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허위 문서를 토대로 설립된 미르재단을 문화체육관광부가 하루도 안돼 허가해주고, 전경련이 기업을 동원해 모금을 지원하고, 재단을 만든 비선 실세들이 대통령 행사나 정부 사업을 따내는 과정은 권력형 비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나오는 비리 의혹의 공통점은 권력의 개입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 때문에 민생 현안도 챙기지 못하고 정책국감도 못했다고 개탄한다. 초반 국감을 거부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증인채택조차 봉쇄한 당이 할 말은 아니다. 증인들을 부른다고 해서 민생을 못 챙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국감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새누리당이 갈수록 진상규명을 앞장서 막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정권 비리 문제를 줄곧 회피하거나 부인해왔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레임덕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청와대의 판단이 증인의 증언 거부와 새누리당의 철통 방어를 불러온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주요한 국정행위이다. 이 역할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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