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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금품 전달자 윤승모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6일 “1억원을 전달하기 위해 홍 지사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을 찾아간 과정이나 집무실의 구조 등에 대한 윤씨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윤씨가 의원회관을 찾아가는 이동 경로와 의원실 내부에 대한 일부 진술이 실제와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품 전달이 4년 전 일인 데다 수사 당시 윤씨가 설암(舌癌)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세한 부분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열린 성완종 게이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씨는 성완종 전 회장이 자살 전 병원에 입원한 자신을 찾아왔을 때는 물론 검찰과 법원에서도 일관되게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씨는 정치자금법상 공여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배달사고’를 냈다면 법적으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바보가 아닌 바에야 처벌을 감수하고 주지도 않은 돈을 전달했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보긴 어렵다. 

홍 지사의 측근들은 2015년 4월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윤씨에게 “(홍 지사) 보좌관이 돈을 받은 것으로 해달라”고 제안하는 등 회유·조작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구린 사실이 없다면 핵심 증인에게 접근해 홍 지사와 무관한 것으로 해달라거나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하자고 애원할 이유가 없다. 재판부도 이 부분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윤씨의 다른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이번 재판부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도 1심을 뒤집고 지난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엔 성 전 회장의 자살 전 인터뷰 중 이 전 총리 부분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번엔 홍 지사에 대한 인터뷰 부분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 전 회장 인터뷰를 두고 같은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달리 보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검찰 내에서 “무죄 선고를 작심하고 법리를 꿰맞춘 정무적 판결”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법원에서는 이런 터무니없는 의문점들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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