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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검찰은 무리한 증축 및 과적으로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조타 미숙으로 배가 기울며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린 게 침몰 원인이라고 밝혔다. 구조 부실과 관련해선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목포해양경찰청 123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해경 지휘부에는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고, 청와대 등의 보고와 대응은 아예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반면 국가정보원 개입설 등 각종 의혹은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국민은 그동안 ‘왜 침몰했는가’를 넘어 ‘왜 눈앞에서 304명이 죽어갔는가’를 물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 같은 질문을 외면했다.

검찰이 해경에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한 것은 구조 과정의 위법과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계급이 경위에 불과한 현장지휘관 한 사람에게 책임을 미룬 것은 ‘꼬리 자르기’의 혐의가 짙다.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은 “123정장이 퇴선 명령만 내렸으면 충분히 구조가 가능했다. 개인적 업무자세가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조사 부분에 대해선 “청와대까지 갈 필요도 없다.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와 상관없다”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선장·선원 10여명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몇 명, 해경 말단 지휘관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욱이 해경 정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시 청구하는 대신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세월호 유족에겐 단순폭행 사건으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바 있다. 명백한 이중잣대는 123정장이 혼자 다 뒤집어쓰는 데 대한 은전(恩典)인가.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6일 사실상의 세월호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 승리 이후 ‘탈(脫)세월호’ 작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왔다. 이번 수사발표를 기화로 세월호 지우기 움직임은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검찰 수사와 선원들의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은 다 밝혀졌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침몰의 진상’은 규명됐을지 모르나 ‘참사의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을 포함해 청와대의 보고와 대응 경위도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지 않고선 한국 사회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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