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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단체인 경우회가 민간 기업의 고철 사업권을 넘겨받아 240억원의 이익을 챙겨왔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경우회는 퇴직 경찰 공무원들의 친목모임이다. 이들은 해당 기업이 특혜성 수의계약을 철회하려 들자 항의집회 등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했다고 하니 세상이 이런 ‘떼법’이 또 있을까 싶다. 현직도 아닌 퇴직 공무원의 행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관피아’를 청산하겠다고 한 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감 자료를 통해 밝혀진 대우조선해양의 고철 처리 사업은 관피아의 전형이다. 경우회는 자회사를 앞세워 지난 8년간 이 회사의 고철 물량 77%를 독점했다.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철 부산물은 선박회사의 알짜 사업이다.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확보한 경우회는 납품업체를 끼워 중간에서 ‘통행세’만 받아 챙겼다고 한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다. 더구나 고철 처리에 필요한 각종 수수료와 운송·금융비, 제세 공과금마저 해당 기업에 떠맡겼다고 하니 이런 불공정 계약이 어디 있는가.

관피아는 현·전직을 막론하고 다양한 곳에 포진되어 있다. (출처 : 경향DB)


통행세는 재벌가에서 흔히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사용하는 편법이다. 주 계열사인 ㄱ업체가 ㄷ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재벌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ㄴ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수수료를 챙겨주는 방식이다. 총수 일가의 편법 증여 수단이 관피아 악습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해당 기업이 지난해 거래 중단을 통보하자 경우회 회원들이 몰려가 집회를 벌이며 방해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해당 업체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민간기업이 속절없이 관피아의 희생양이 된 서글픈 현실은 뭘 말하는가.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워크아웃 이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이 같은 특혜성 비리 구조가 8년간 상존해온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퇴직 경찰관들이 무슨 자격으로 민간기업의 수익사업을 가로챌 수 있단 말인가. 혹 이 과정에 현직 경찰 수뇌부가 암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다. 당국은 경우회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관련자에게는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관피아 적폐로 민간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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