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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대(밤 12시~아침 6시)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인터넷게임 제공제한 제도’, 일명 셧다운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개선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개선안의 핵심 내용은 부모선택권 확대이다. 부모가 자녀의 심야시간대 게임 이용을 허용할 경우에 한해 셧다운제 적용을 제외할 수 있으며, 재적용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2011년 셧다운제를 원치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여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4대 중독 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인터넷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마찬가지로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분류했다.

다급해진 게임업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셧다운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산업논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과 국내 게임사의 해외이전 우려 등을 내세웠고 마침내 부모 선택권제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청소년의 게임중독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셧다운제가 우리 사회에 왜 등장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 과도한 게임 이용 또는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성인의 게임중독은 점차 감소해온 반면,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증가해왔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시점도 고등학생에서 점차적으로 중학생, 초등학생으로 내려갔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특성상 가정 불화와 파괴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인터넷게임의 성공 이면에는 이러한 폐해가 존재해왔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최소한 청소년들의 건강한 수면을 보장해달라고 지난 10여년간 요구했고 그 결과물이 심야시간대 셧다운제였다. 핵심은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초등·중학생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시간대에만 이용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업계의 수출과 고용창출 효과의 의미를 훼손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이들의 창의성을 제한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청소년의 건강한 수면을 게임업계도 함께 보호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었다.

혜화역에서 한 여학생이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많은 게임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논의 초기단계에서 셧다운제를 사회적 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였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는 나쁜 규제라고만 강조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게임은 한편으로 가장 창의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박·알코올·마약과 동등한 위치를 가지는 중독물질로 분류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람직한 규제, 착한 규제는 ‘자율규제’이다. 게임업계와 마찬가지로 학부모들도 궁극적으로 인터넷게임에 대한 자율규제를 꿈꾸고 있다. 게임에 대한 자율규제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학부모, 게임업계, 규제기관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자율규제의 핵심은 게임업계에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게임이라는 ‘문화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원한다면 이를 앞당기기 위한 토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게임 기획단계부터 청소년과 어린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고, 게임중독과 같은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반대편에 있는 학부모·청소년,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와 비판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게임업계, 학부모, 규제 당국 모두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불만족을 만족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자율적 규제 문화로 진일보할 수 있다.


유홍식 | 중앙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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