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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는 16일 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하필이면 국가적 재난을 추모하는 날에 나라를 비우느냐는 게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세월호법 시행령 폐기라든가 선체 인양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올라 있고 유가족과 정부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참사 1주기라는 상징적인 날에 대통령이 출국하는 것은 문제 회피나 외면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16일 출국이 외교 일정과 국익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애초 남미 순방은 페루·칠레·브라질 3개국을 대상으로 했고 출국 날짜도 오는 18일로 잡았으나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 오는 15~17일 방문을 적극 요청해오면서 일정이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콜롬비아는 남미 3대 경제강국인 데다 6·25 참전국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도서관 3층에 마련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출처 : 경향DB)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중대 사안이고 1주기가 갑자기 생긴 일정도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무리한 요청을 한 콜롬비아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를 보는 정부의 인식과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참사 1주기 당일 추모 일정에 참여한 뒤 오후에 출국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진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19일 참사 34일 만에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와 향후 대처 방안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직후에도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로 ‘원자로 설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출국 전에 세월호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문제가 많은 세월호법 시행령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리고 세월호 인양 방침을 확실히 함으로써 진상규명과 실종자를 찾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진정성 있는 위로와 추모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연후라면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 발걸음이 한층 가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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