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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기 위해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궁금증 해소는커녕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국가 안보 실무 책임자로 대통령에게 24시간 보고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서면보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한 탓에 집무실과 관저 두 곳에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서면보고를 올렸다고 진술했다. 중대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의 소재를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수령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반 기업의 말단 사원이라도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 보고 체계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박 대통령의 소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에도 근무 시간에 대통령의 소재파악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참모들의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된다.

김영재 원장(아래에서 세번째)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피멍 자국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제외하면 숙소가 있는 관저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당일 오전 신보라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는 박 대통령에게 가글액과 안약을 갖다주기 위해 관저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전 청와대 조리장도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혼자 점심과 저녁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오후 3시쯤 전속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손질한 것은 이미 확인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남은 시간 뭘 했는지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성형시술 등을 받았다는 의혹에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씨나 전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씨, 전·현직 대통령 주치의, 청와대 의무실장 등은 하나같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일정과 동선을 꿰뚫고 있는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아예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핵심 증인인 의무실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도 미국 연수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두 행정관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고 명령장 수령을 피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썼던 수법이다.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7시간의 의혹을 밝히려는 국회의 노력에 청와대가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의혹을 밝혀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해진다. 7시간 행적은 물론 청와대의 방해 공작까지 특검이 적극 수사하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등 청문회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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